달이네 집 아이들/Bedlington Terrier

나의 피로회복제들

달이네-뚜벅 2009. 10. 17. 21:28

 

출근할 때 따라나오는 연두를 집에 두고 출근했던 날,

퇴근하고 문을 여니

오늘도 어김없이 방에는 소복하게 흰 눈이 쌓여있다

이불에 난 구멍 속에 주둥이를 집어넣어 솜 끄집어 내는 재미가 들린 연두씨의 짓임에 틀림없다

 

 

 

여기저기 기워낸 장판하며

얼마 전 다 들어낸 문지방을 대충 덮어놓은 조각 장판까지 너덜너덜한 집 꼬라지를 보면

다른 사람들은 기함을 토한다 도대체 어떻게 사냐고~~~

 

애들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우리집 살림살이는 점점 줄어들어 최소한의 것들만 남았다

침대도 없애고 라꾸라꾸를 샀다가 그마저 이젠 치우고 살고

번듯한 가구며 자리를 차지하는 것들은 이제 내게는 다 필요없는 짐들일 뿐이다

 

하다못해 걸레라도 깔고 앉아야 하는 달이와 선희를 위해

수시로 없애야 하는 방석대신 그냥 이불을 통채 주었다

아마도 이불이며 베개가 한철 소모품인 집은 우리 말고 또 있을까 싶다

 

현관문을 열 때마다 집을 이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순진무구한 얼굴들로 달려와서 하루종일 보고싶었던 마음을 넘치게 표현해 주는 이녀석들을 보면

청소며 정리를 해야하는 수고로움은 이젠 소소한 즐거움으로 변하고

하루종일 쌓인 피로와 우울함은 어느 틈엔가 사라져 버린다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줘도 엄마를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녀석들이다

연두와 함께하면서 장난이 더 많아진 달이 모습도 보기가 좋고

나름대로 지들끼리 서열을 지키는 모습 또한 흐뭇하다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다른 사라들처럼 함께 여행도 하고 좋을 것들을 누리게 해줄 수 없으니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요 정도의 자유로움을 주는 일 뿐이다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게 만드는 식솔들이지만

그로 인해 내가 하루하루 힘내고 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천들이니

그저 조금 어지러워진 집 청소쯤이야 머가 그리 힘든 일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