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수의 사람들에게 물처럼 습관화되어 있는 커피
나 또한 그 대다수의 사람들 중 하나이지만 커피 매니아라거나 커피 중독자라거나에 속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머 습관처럼 밥먹고 나면 커피를 마시는 것이 중독이라면 중독이겠지만
커피가 없다해서 막 찾아다닐만큼 커피 없이 못살겠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가게에서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는 일회용이다
오가는 사람들이 수시로 타먹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수십잔 마시는 것도 아니기에
그저 커피에 크림 넣고 설탕 넣어 휘휘 젓는 것조차 귀찮아서 그냥 일회용 커피를 두고 마신다
그런데 얼마 전에 미용오셨던 마루엄마께서 커피 두통을 주고 가셨다
브라질커피라고 하셨는데 딱 보기에도 그냥 먼가 달라보이는(?) 커피통의 모습에 며칠 선뜻 뚜껑을 열어보지 못했다
이 커피통을 따면 프리마도 설탕도 사야하고 통도 사야 하고 설겆이도 해야 하고.....우습게도 뒤따라오는 귀차니즘이 핑계라면 핑계였을까?
그러다가 궁금하기도 했고 뚜껑을 열었는데
커피 입자가 어찌나 고운지 그 순간 나에게 불쑥 솟아난 걱정은 혹시 원두커피 아냐? 하는 생각이었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엄청난 게으름 탓이란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늘 일에 지친 나로선 최소한의 에너지 비축이 필요할 뿐이다)
설탕도 프리마도 없기에 그냥 블랙으로 마셔볼까 하면서 커피 반스푼에 뜨거운 물을 부어 휘휘 저었는데
그 고운 커피 입자가 어찌나 잘 풀리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넣지 않고 연하게 마시는 블랙커피의 맛이 굿~~~이었다
맛있는 블랙커피 한모금을 물고서 온갖 우려감이 싸악 사라지는 순간 내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거의 20여년 전의 일이니...................허걱 내 나이가???
내가 첫 입사를 했던 회사는 수십년 전통을 자랑하는 오래된 방직회사였다
회사 분위기 또한 미래지향적이었던 다른 어떤 곳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보수적인 그런 곳이었는데
입사하면서 여직원은 결혼하면 퇴사한다는 각서까지 쓰고 들어갔으니 요즘같으면 뒤집어질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매주 한번이었는지 두번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침 일찍 부서장 회의가 있었다
그러한 회사에서 여직원들 사이에 한가지 전통아닌 전통(?)이 있었는데.........
그 회의 시간엔 자판기 커피가 아닌 직접 물을 끓여 커피잔에 커피를 타서 젤 막내 여직원이 커피를 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우리 동기랑 위의 선배언니들에게 그 전통을 물려받아
회의가 있는 날이면 평소 출근시간보다 30분을 일찍 나가서 커피를 준비해야 했고
어느 날 부장님께서 커피 한통을 주시면서 이 커피를 타 달라고 하셨다
(그 커피통 또한 흔히 볼 수 없었던 외국 커피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동기들과 나는 다른 날과 다름없이 커피를 타서 휘휘 젓는데 이상하게 커피가 녹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는 왜 이렇지? 이러면서 커피잔을 내갔고...........그렇게 회의도 끝났다
하지만 우습게도 부서장님 어느 한분도 커피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커피는 원두커피였던 것이다
그 당시 커피 체인점이 일반화 되기 전이었고 쟈뎅같은 커피 전문점에 가면 커피 한잔이 몇천원씩 할 때였으니
원두 커피를 마시는 일이 그리 일상화되기 한참 전이었다
커피를 주셨던 부장님도 그냥 인스턴트 커피처럼 타 먹는 것이 아닌 원두커피라는 것을 모르셨던 것이고
우리 또한, 그리고 그 커피를 마셨던 부서장님들 모두
커피가 왜 녹지 않고 커피 찌꺼기가 바닥에 다 가라앉아 있었던 건지를 몰랐던 것이다
혹 아셨던 분이 계셨는지 모르지만 누구도 나중에 가르쳐 주지 않으셨고
커피가 이상해~ 이러면서 모두 본인들의 무지함을 속으로 삼켜 버렸던 것이다
난 지금도 굳이 커피맛을 따지며 원두커피를 찾거나 하는 일이 없다
하지만 어쩌다 아주 가끔씩, 모르는 커피를 대하면 그 오래 전 일이 떠오르고 혼자 피식피식 웃는다
어쩌면 그 커피를 마셨던 사람들 중에도
나처럼 가끔씩 그때의 무지함을 떠올리며 혼자 피식거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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